[고양=스포츠Q 권대순 기자] 오리온스 장재석(24·203cm)이 변했다. 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렸다.
외모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오리온스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리고 반격의 1승을 이끌었다. 전사처럼.
장재석은 “이번 시즌 SK에 한번도 못 이겼는데 플레오프에서도 2패를 당했다. 팀 분위기가 다운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팀원들에게 ‘포기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삭발한 계기를 밝혔다.

사실 장재석은 지난 1,2차전에서 부진했다.
1차전에서 18분 출전했지만 남긴 기록은 무득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 오리온스는 SK에 73-84로 패했다.
2차전 오리온스는 4쿼터 5분여를 남기고 15점 차로 앞섰다. 그러나 장재석의 무리한 비하인드 백패스와 덩크 실패 등이 패배의 빌미가 됐다. SK는 그 틈을 파고들어 80-78 역전승을 거뒀다.
장재석으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고 싶었을 터. 그는 삭발을 하고 나와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고양 오리온스는 1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81-64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을 1승2패로 만들었다.
전반전까지 2점으로 부진하던 장재석은 승부처였던 3,4쿼터에 폭발했다. 3쿼터 6득점을 올린 장재석은 4쿼터에는 자신의 데뷔 첫 3점을 기록하고 상대의 기를 꺾는 덩크까지 성공시키는 등 총 9득점을 올리며 펄펄 날아다녔다.
장재석은 4분여 남은 상황에서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던 이어진 공격에서는 3점슛을 성공, SK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프로데뷔 후 단 한번도 3점슛을 성공시킨 적이 없었던 장재석. 플레이오프에서 쐐기 득점을 3점으로 장식하는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17득점 5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한 장재석은 3점슛을 쏘던 순간에 대해 “(앤서니 리차드슨이) 패스를 줄 때 3점슛을 쏘라는 뜻인 줄 알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쐈다”며 “그 전에 중거리 슛이 몇 개 들어가서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재석은 2012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서울 SK에 지명 됐지만 상호간 약속에 따라 부산 KT로 트레이드돼 그 곳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2012~2013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인 장재석은 다음 오프시즌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여전히 KT의 전술에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 12월 KT와 오리온스의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새 팀으로 옮겼고, 이후 훨씬 적극적인 플레이로 1순위다운 모습을 보여왔다.
장재석은 “오늘 이겨서 기쁘지만, 5차전 승리 후 울산행이 확정되면 웃겠다”며 아직 승리에 도취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에피소드가 있었다. 오리온스의 외국인선수 앤서니 리처드슨(31)에게 장재석의 헤어 스타일에 대해 묻자 “장재석이 저 헤어 스타일로 오늘 경기를 잘했기 때문에 앞으로 항상 짧은 머리로 경기를 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장재석의 삭발투혼이 시리즈를 반전시킬 수 있을 지 오리온스의 반격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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