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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호-이종주-조건휘, '축하 받을 자격'의 명품 조연 [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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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호-이종주-조건휘, '축하 받을 자격'의 명품 조연 [PBA 투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1.0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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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나뉜다. 아무리 잘해왔어도 마지막에 지면 패자 꼬리표가 붙는다. 우승자에겐 축하를 건네지만 준우승자에겐 “수고했다”는 말이 더 자연스러운 게 현실. 그러나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아름다운 패자들도 있다.

5일 막을 내린 2021~2022시즌 프로당구(PBA) 투어 5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 피닉스)이 최종 우승자가 됐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멋진 대결을 펼친 조재호(42·NH농협카드 그린포스)를 비롯해 공동 3위 이종주(47)와 조건휘(30·신한금융투자 알파스)도 박수가 아깝지 않은 명품 조연들이었다.

쿠드롱(오른쪽)과 결승 이후 밝은 미소로 축하를 건넨 조재호. 쿠드롱은 "굉장히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가진 선수고 뛰어난 태도를 가졌다"고 칭찬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 나이스 가이 조재호, 승리만큼 값진 경험을!

대한당구연맹(KBF) 소속 시절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11차례나 입상했던 조재호는 지난 시즌 돌연 PBA 진출을 선언하며 화제를 모았다. 쿠드롱, 강동궁(SK렌터카 위너스) 등과 함께 상위권 판도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따랐다.

초반 적응기를 거친 조재호는 꾸준한 성적을 냈다. 첫 대회 8강에 이어 2차전엔 128강에서 탈락했으나 3차 대회 준우승에 이어 8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16강에서 비롤 위마즈(터키·웰뱅 피닉스), 8강에서 월드챔피언십 우승자 다비드 사파타(스페인·블루원리조트 엔젤스), 조건휘와 4강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다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 PBA 투어 최다우승자 쿠드롱은 1,2세트를 도합 7이닝 만에 끝냈다. 조재호가 3세트 반격에 나섰으나 쿠드롱은 4세트를 2이닝 만에 마치더니 결국 에버리지 3.550을 기록하며 단일 경기 최고 에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 톱에버리지’까지 차지했다. 조재호도 1.947로 뛰어난 샷 감각을 보였지만 쿠드롱의 매서운 기세에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했다.

조재호는 올 시즌에만 두 차례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우승만 못했지 굉장히 좋은 대회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그러나 고개 숙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3차전 에디 레펜스(벨기에·SK렌터카)에게 우승을 내주고도 환한 미소로 축하를 건넸던 조재호는 이번에도 밝은 미소로 우승자 쿠드롱을 위해줬다. 3차전 결승 직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축하해준다면 내가 이겼을 때도 진심어린 축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조재호. 쿠드롱은 “굉장히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가진 선수고 뛰어난 태도를 가졌다”고 치켜세웠다.

얻은 것도 많은 대회였다. 앞서 두 차례 8강에서 패했던 사파타를 잡아낸 것도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가 됐다. 이날 조건휘와 4강에서 벼랑 끝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낸 게 큰 소득이었다. 조재호는 “예전 같으면 쉽게 무너졌을텐데 스스로 더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결승에서도 몇 가지 상황을 체크해뒀다. 보완하면 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직은 더 가야할 길이 멀다. “우승만 못했지 굉장히 좋은 대회였다. 첫 경기부터 부담 많이 됐는데 팬분들은 우승하길 바랐겠지만 내겐 즐거운 대회였다”면서도 “준우승 2번, 8강 2번으로 나쁘지 않았고 우승자 자체가 몇 명 되지도 않는다. 험한 길이지만 나도 빨리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우승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다.

임정숙 남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던 이종주는 이번 대회 커리어 최고 성적을 쓰며 PBA가 주목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 이종주-조건휘, 이젠 내가 주인공!

이종주는 PBA 투어 진출 후 선수보다는 LPBA 3회 우승자 임정숙(36·SK렌터카)의 남편이자 스승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임정숙이 LPBA 다승 2위로 떠오르기까지 이종주의 도움과 희생이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경기에는 많은 힘을 쏟지 못했다. 생업으로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회 준비와 병행하기 쉽지 않았고 지난 시즌 임정숙이 PBA 팀리그에 합류하면서부터는 부담이 가중됐다. 첫 라운드에서 탈락하기 일쑤였고 첫 시즌 이후엔 드림 투어(2부 투어)로 강등되기도 했다.

뱅크샷이 장기인데 박광열과 8강에선 총 58점 중 뱅크샷으로만 20점을 장식했다. 그동안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고 선수 생활에만 전념하기 어려웠으나 뱅크샷 2점제라는 특징을 지닌 PBA 무대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걸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존경심을 나타내온 쿠드롱과 4강에서 무기력하게 졌지만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임정숙의 남편이 아닌 ‘선수 이종주’로서 행보를 기대케 한다.

두 번째 시즌 부진에 허덕였던 조건휘가 반등 신호탄을 쐈다. 주장으로 나서는 팀리그에서 활약도 기대케 만든다. [사진=PBA 투어 제공]

 

조건휘의 분전도 돋보였다. 첫 시즌 준우승과 3위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지난 시즌 최고성적은 32강에 불과했다. 앞선 3차례 대회서도 성적이 신통치 않았으나 지난 대회 16강에 오르더니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특히 조재호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 준결승이 인상적이었다. 첫 세트를 빼앗기고도 2세트를 따냈고 3세트엔 15-0 완승을 거뒀다. 세트스코어 3-2에서 펼쳐진 6세트 첫 이닝에서 5점을 냈으나 조재호가 2인이 14점을 몰아치며 패한 것이 뼈아팠다. 조재호는 조건휘와 대결에서 역전승을 거둔 게 성장의 동력이 됐다고까지 평가했다.

이번 대회로 확실히 자신감을 챙겼다. 팀리그에선 후반기부터 김가영에게 주장 완장을 물려받으며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그 덕인지 신한 알파스는 후반기 6승 5무 3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마지막 한 라운드를 남겨둔 가운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조건휘의 상승세가 팀 전력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승자가 관심을 독차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PBA 챔피언십 우승상금이 1억 원에 달하기에 당연한 이치라고 볼 수도 있다. 잘 싸운 ‘패자’들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조재호, 이종주, 조건휘 모두 이번 대회를 빛낸 명품 조연들이었다.  과거 조재호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외국에 가보면 준우승은 물론이고 4강에 들어도 축하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수고했다는 말이 전부다. 국내에서도 우승자 외 선수들에게도 축하를 전하는 문화로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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