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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달랐던 윤이나 송가은, 슈퍼루키 자질이란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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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달랐던 윤이나 송가은, 슈퍼루키 자질이란 [기자의 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7.26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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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누구나 실수는 한다. 모든 게 생소한 새내기라면 더더욱 놀랍지 않은 일이다. 중요한 건 잘못을 인지한 뒤 어떻게 대응하는지다. 윤이나(19·하이트진로)와 송가은(22·MG새마을금고)은 이 부분에서 180도 다른 대처로 희비가 엇갈렸다.

윤이나는 25일 매니지먼트 크라우닝을 통해 돌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난달 16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규정을 위반했다고 시인한 것. 당분간은 자숙하며 대회 출전도 중단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골프계가 떠들썩하다. 단순한 루키의 실수로만 치부하기엔 석연찮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이나가 25일 지난달 DB그룹 한국여자오픈 당시 규정을 위반해 자진신고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사과문을 공개했다. [사진=KLPGA 제공]

 

시곗바늘을 한 달 전으로 돌려봐야 한다. 윤이나는 당시 1라운드 15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이 우측 해저드 지역으로 쪽으로 향했으나 이내 공을 찾아냈고 러프에서 세컨트 샷을 진행했다. 주변의 조언의 따라 자신의 공인 줄 알고 플레이 했으나 이내 자신의 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를 고백하기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윤이나는 사과문을 통해 “처음 겪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아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플레이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실수다. 동반자 마다솜, 권서연의 공도 아닌 주인을 잃은 로스트볼이었기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는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이내 실수를 인지했다고 밝혔기에 곧바로 바로 잡았어야 했다.

골프규정상 다른 공을 칠 경우 2벌타를 받고 다음 홀 시작 전까지 바로잡지 않을 경우 실격 처리된다. 윤이나는 순간의 유혹에 흔들렸다. 누구도 그의 실수를 눈치채지 못했기에 입을 다물기로 했다.

윤이나는 “나의 미성숙함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깊이 들여다보겠다”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나은 선수 그리고 사람이 되겠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동시에 성적에만 연연했던 지난  날들을 처음으로 되짚어 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윤이나는 지난달 대회 당시 자신의 공이 아닌 것으로 플레이했고 이를 한 달이 지난 뒤 자진신고했다. [사진=KLPGA 제공]

 

아직 고등학생 신분인 윤이나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00야드에 달하는 호쾌한 장타를 바탕으로 이슈를 불러일으키더니 지난 3일 맥콜·모나파크 오픈 준우승에 이어 17일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 우승으로 KLPGA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큰 관심 속 윤이나는 이 사실을 숨긴 채 25일 막을 내린 호반 서울신문 클래식에도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미래가 촉망되는 슈퍼루키가 눈앞의 성적에 눈이 멀어 양심을 속이는 행위를 한 것이다.

자진신고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따라붙는다. 윤이나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16일로부터 정확히 한 달이 15일 대한골프협회에 이메일을 통해 자진신고를 했다. 최근 기존 캐디와 결별했고 그 후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뒤에야 뒤늦게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기존 캐디에 의해 사실이 드러날 것이 우려돼 뒤늦은 실토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추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신인상을 차지한 송가은과 대비가 된다. 송가은은 지난 22일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보기 2개와 버디 1개로 1오버파 73타를 친 뒤 실격 처리됐다.

KLPGA는 올 시즌부터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했는데 고도 측정 기능이 있는 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 송가은은 이전 대회 우승 세리머니 도중 거리측정기가 물을 맞아 고장이 났고 갑작스럽게 새 것으로 바꿔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보유하던 것이 고도 측정 기능이 탑재된 것뿐이었고 경기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사용해도 된다고 들었으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송가은은 지난 22일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 대회에서 고도 측정 기능이 탑재된 거리측정기를 사용했다며 자진신고해 실격처리됐다. [사진=KLPGA 제공]

 

송가은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고도 측정 기능을 끈 채로 사용했다고 전했으나 “경기 후 이 부분을 자진신고했고 슬로프 기능을 끄고 사용하더라도 해당 기능이 탑재된 기계를 쓰면 안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거리 측정기 부정사용으로 선수가 실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두에게 생소한 룰이었고 1라운드 직후 곧바로 자진신고를 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해명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신인상 주인공으로서 실력 뿐 아니라 스포츠맨십 또한 갖췄다는 걸 품격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 시즌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떠오른 윤이나는 이와 완전히 대비됐다. 실수 자체의 고의성도 확연했고 이를 은폐하려는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대한골프협회는 윤이나의 당시 성적을 컷오프 탈락에서 실격으로 수정했다. 나아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단순 규칙 위반을 넘어서 늑장 신고에 대한 괘씸죄까지 더해져 징계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자진신고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남기긴 했지만 늦게나마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며 대회 출전 영구정지 등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이나는 최근 골프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샛별이다. 조만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도 도전할 재목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 사실이 징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더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잘못에 맞는 따끔한 채찍질이 필요하다. 성적도 좋지만 올바른 스포츠정신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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